어업 투명성 확보해야 지속 가능한 어업도 가능하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기후해양연구실 김정도 연구실장
2022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에서 불법어업 및 과잉어획 상태인 어종을 잡는 선박과 운영자에게 수산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수산보조금에 관한 협정’이 채택됐다. 이는 WTO 역사상 지속 가능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 의미를 가진다.
WTO가 자유무역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자원 낭비와 고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이 협정 채택은 WTO가 지속 가능한 무역을 추구하는 기구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불법어업과 과잉어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4년 세계 어업 및 양식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획량의 37.7%가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각국 정부가 자국 수산업에 제공하는 막대한 보조금이 지목된다.
2022년 WTO 각료회의에서는 전 세계 수산보조금 규모가 140억~54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어업보조금의 63%가 어획 능력을 증가시켜 불법어업과 과잉어획을 촉진하는 해로운 보조금으로 분류됐다. 수산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산보조금 지급 금지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협정이 발효되려면 WTO 회원국 3분의 2의 비준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 91개국이 비준을 완료한 상태다. 추가로 20개국이 비준하면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협정이 발효되면 불법어업과 과잉어획에 대한 수산보조금 지급이 금지되며, 이를 증명하지 못한 수산물은 수출입이 제한된다.
2024년 한국의 수산물 수출액은 30억9000만달러, 수입액은 67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한국이 수산물 무역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협정 발효 전에 관련 입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어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법어업과 과잉어획으로 잡지 않은 수산물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핵심은 어업 투명성 강화에 있다. 우리나라는 원양어업에서 어업 투명성을 강화해 불법어업과 과잉어획 가능성을 차단해 왔다. 이제 이를 연근해 어업에도 적용해야 한다.
먼저, 어선위치발신장치(VMS) 설치를 연근해 어선 전체에 의무화해 불법조업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어획 실적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길 경우에도 이를 신고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육상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도 보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불법어업과 과잉어획 여부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어야만 정상적으로 어획된 수산물임을 입증하고 국제 무역 시장에서 문제없이 거래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6월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도록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 시행에 따른 여러 불편과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어민들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려면 국회에서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변화하는 국제 규범에 우리 어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 해당기고는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3020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