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라는 수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김정도 연구실장
요즘 수소경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산업 트렌드나 기술 트렌드에 뒤쳐진 사람처럼 비춰지곤 한다. 그래서일까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중에 수소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수소시범도시, 수소특화단지, 수소트램,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 등 내용도 다양하다. 그리고 정부도 수소를 미래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수소 환원 제철,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와 원전 기반 핑크 수소 생산, 관련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고 공약했을 정도다.
모두가 수소를 말하지만, 우리는 정작 수소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소가 현재 산업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을까?
#수소는 어떤 물질일까?
수소(Hydrogen, 원소기호 H)는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1번에 해당하는 가장 가볍고 단순한 원소다. 우주에서 전체 원자의 약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수소는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보인다.
수소는 표준 상태에서 H2 형태의 이원자 분자로 존재하며,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존재한다. 수소 기체는 공기보다 약 14배 낮은 밀도를 가지며, 1기압 −252.87℃에서 액체 상태로 –259.14℃에서는 고체로 존재한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여 물을 생성하면서 많은 열을 방출하는 연소 특성을 보인다. 특히 단위 질량당 방출되는 에너지(고위 발열량 기준)는 약 120MJ/kg으로,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보여 로켓 연료 등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에너지 저장 및 운송, 산업적 용도, 우주 산업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수소는 어떤 산업에서 활용될까?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수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 가지 주요 산업은 정유산업, 암모니아 생산, 메탄올 생산, 철강 산업이다. 이들 산업 분야가 전체 수소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수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유 산업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약 4,300만 톤의 수소를 소비했다. 정유산업에서 막대한 수소가 필요한 이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황을 제거하고, 연료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수소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정을 수소화 탈황(Hydrodesulfurization, HDS)이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암모니아 생산, 메탄올 생산, 철강 제조에 5,400만 톤의 수소가 사용됐다. 암모니아 생산에 약 60%, 메탄올 생산에 약 30%, 철강 산업에 10% 정도의 수소가 사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암모니아는 주로 수소와 질소(N2)를 반응시켜 합성하기 때문에 수소가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농업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의 원료로 현재 생산되는 암모니아의 70% 이상이 비료 원료로 쓰인다.
메탄올 생산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일산화탄소 또는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이를 고온·고압에서 촉매를 이용해 합성하면 메탄올이 만들어진다. 메탄올은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이자 연료로 쓰이는 중요한 화합물이다.
끝으로 철강 산업에서는 수소가 일부 공정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로 DRI(Direct Reduced Iron) 공정에 사용되는데, 이는 철광석을 융융하지 않고 고체 상태에서 환원하여 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철을 얻고 이를 전기로에서 융융하여 강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수소는 주로 산업공정이나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수소인 부생 수소가 수소가 생산량의 약 57%를, 개질 수소가 43%를 차지하며 수소 총생산량은 약 248만 톤이다. 2020년 기준 생산량의 93%(218만 6천 톤)가 정유산업과 화학산업에서 사용되며, 이 중 61%가 정유산업에 39%가 화학산업에 사용된다. 나머지 7%는 발전사업, 수소차 충전 등에 활용되고 있다.
#수소 생산에 막대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
2023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수요는 9,700만 톤을 넘어섰으며, 2024년에는 1억 톤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망했다. 이러한 수요의 증가는 수소 정책의 효과보다는 정유 및 화학산업(암모니아, 메탄올 제조), 철강 생산 등 전통 산업 분야의 경제활동 확장에서 기인한다. 수소 수요는 팬데믹 기간 잠시 감소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중 저배출 수소(그린 수소, 블루 수소)의 수요의 비중은 2023년 전체 수요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막대한 수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도 무시할 수 없다. 2023년 한 해 수소 생산과 사용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는 약 9억 2천만 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2년 인도네시아와 프랑스의 연간 배출량을 합한 수치와 비슷한 규모다.
수소 생산이 막대한 온실가스의 배출원이 된 주요 원인은 수소의 생산 방식에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추출된 수소를 그레이 수소(gray hydrogen)라 칭하는데, 전 세계 천연가스의 약 6%, 석탄의 2%가 그레이 수소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그레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주로 두 가지 방법이 활용된다. 하나는 천연가스(메탄)를 고온의 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 방법으로 오늘날 그레이 수소의 76%가 이 방식으로 생산된다. 다른 하나의 방식은 석탄 가스화(Coal Gasification)로 보다 복잡한 공정을 거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극심하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개질할 때 대비 약 2배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불러오는 그레이 수소의 생산과 이용이 결국 기후위기를 가속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전해 방식을 활용한 그린 수소와 기존 그레이 수소 생산 방식에 탄소포집기술(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을 접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블루 수소를 생산해서 활용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배출 수소(그린 수소,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 대비 생산비용이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저배출 수소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기술혁신·인프라 확충·정책 지원과 더불어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수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소경제를 내세우며 새로운 수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공약을 쏟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하게 저배출 수소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인지 의문이다. 수소경제가 기존의 과잉생산·과잉소비 구조를 답습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적정생산 적정소비는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명료한 답이다. 수소 정책이 과연 이러한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