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에 빠진 근본적 질문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김정도 연구실장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정작 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이라는 본질적인 논의를 가로막아 왔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고시를 무리하게 변경한다는 의혹이 이러한 본질적 논의를 덥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이 과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인지, 환경적·전력계통 측면에서 적절한 입지를 갖춘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2.6G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이처럼 핵심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질문 1. 입지적으로 문제는 없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현 입지가 입지적으로 적절한가? 풍력자원의 질, 주민 수용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양환경에 대한 적절성 평가다. 추자도 인근 해역은 2022년 10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성명을 통해 해양생태계 피해 가능성을 우려한 지역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두 가지로, 철새 등 조류와 해양포유류에 대한 영향이다.
먼저 조류의 경우, 추자도는 봄과 가을철 이동성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는 공간이다.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도 다수 서식하며, 문헌에 따르면 추자도에는 총 210종의 조류가 기록되어 있고, 그 중 90종에 이르는 철새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거나 서식한다. 천연기념물로는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 7종이,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는 새호리기, 매, 물수리 등 14종이 포함된다. 인근 사수도는 여름철새인 흑비둘기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간기착지는 철새 이동 경로상 매우 제한된 장소로, 수십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이 공간이 사라질 경우, 철새들의 성공적인 이동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적 기능을 입지 선정에서 충분히 고려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해양포유류, 특히 고래류에 대한 영향도 문제다. 추자도 해역은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진 제주난류가 흐르는 지역으로, 남북을 오가는 다양한 고래류가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남해안과 제주도 사이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평가되는 곳이며, 이로 인해 해양포유류의 먹이활동과 서식 가능성도 높다. 이 해역에서 향고래, 꼬마향고래, 범고래, 긴수염고래, 브라이드고래 등의 좌초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추자도 해역이 주요 고래류의 이동통로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상괭이는 추자도 주변에서 자주 관측되고 있는 종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추자도 주변이 과연 해상풍력 발전에 적절한 입지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당 해역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확대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인근 무인도서의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기본적인 환경성조차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계획입지 지정을 강행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해당 해역에 대해 정밀 생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환경적 입지 적정성에 대한 판단 없이 공모가 진행될 경우, 사업리스크는 고스란히 제주에너지공사와 민간사업자가 떠안게 된다.
질문 2. 생산된 전기는 어디로 가며, 감당할 수 있는가?
전기 생산의 핵심은 수요에 맞춰 전기를 생산하는 데 있다. 수요보다 부족하면 정전이 발생하고, 반대로 과잉 생산은 전력 품질 저하로 이어져 전력계통이나 전자기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제주도의 2024년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1,179MW였으며, 이때 예비율은 22.2%로 정부 기준(13%)을 훨씬 상회했다. 여름철 한두 달을 제외하면 예비율은 35%를 넘고, 2023년 11월에는 70%에 달하기도 했다.
즉, 제주도는 수요보다 전기 생산이 과잉인 상태다. 이로 인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출력제어를 당하거나 실시간 입찰에서 배제당하는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2.6GW 규모의 추가 발전설비를 추진한다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러한 전력과잉 상황에서 가능한 해법은 첫째, 제주지역 화력발전의 유연한 가동 중지 또는 노후설비의 단계적 퇴출. 둘째, 잉여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확충. 셋째, 스마트 그리드 도입과 송전망 용량 증설을 통해 수용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송전망 용량 증설은 제주도 내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남는 전력을 전라남도를 거쳐 수도권까지 이송시킬 수 있는 전력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이와 같은 내용들이 추진중이긴 하나 명확하게 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직 없다. 물론 제주와 전라남도에서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송전망 계획이 있고 이것이 곧 시작된다고 하나 이 계획은 지금 추진을 시작해도 완공까지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 편승하게 되면 재생에너지로 제주도를 에너지자립 섬으로 만들자는 기본 취지 즉 쓸 만큼만 생산하자는 전제가 깨지게 된다.
공공주도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진하면서도 이와 같은 계통연계 인프라 계획이 없다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사업의 추진에 있어 제대로 된 현실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적정규모 산정조차 없이 그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의 기존 사업계획을 담기 바빴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제주도는 전기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이다. 제주도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면 전라남도로 보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전라남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로 지역 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자도에서 올라올 전기를 받기 쉽지 않다.
현재까지의 계획으로 보아, 추자도 전기를 통해 제주에서 남는 전기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자는 구상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 중심으로 청정수소로 정책 전환이 빠르게 이행되는 상황에서 그린수소 계획이 성공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막대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할 대규모 시설을 제주도에 설치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무리한 대규모 사업의 추진이 아니라, 제주 전력 수요와 계통 현실을 감안한 현실적인 사업 규모 설정과 구체적인 연계계획 수립이다. 수백 MW 단위의 실현 가능한 중규모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화력발전 감축이나 에너지저장 확대, 계통망 구축 등 명확한 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여건을 갖춘 후 민간사업자를 유치하는 기존 공공주도 1.0 풍력 개발 계획 방식으로 복원도 검토해야 한다. 이 방식이 현재의 불확실성에 가장 타당한 대응 방식이다.
지금처럼 계획은 부실한데 사업권만 서둘러 확보하려는 방식은 결국 사업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속도가 아니라,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이다.
질문 3. 제주에너지공사는 실질적 사업 주체로 인정받고 있는가?
이번 고시 변경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제주에너지공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단순한 감시자가 아니라 이 사업의 주체로서,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에서 민간사업자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할 당사자이다. 공사의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파트너 선정과 사업조건 검토는 공사의 핵심 권한이자 책무다.
그러나 제주도는 고시 변경을 통해 공사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풍황 실측자료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 이는 곧 공사의 파트너 선정 역량과 사업 검토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핵심자료의 접근을 막는 것은 사업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도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자치단체장은 공기업의 사장을 임면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 권한이 공사의 경영판단을 자의적으로 간섭하거나 왜곡하는 데 쓰인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공기업 자율성에 대한 침해다. 지방공기업은 자치단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자율성과 책임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그 존재 목적은 사업의 효율화와 주민복리 증진에 있다.
이번 고시 개정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공기업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고 사업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제주에너지공사가 실질적인 판단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지 사업의 정당성과 공공성을 흔들며 공사를 위기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3가지의 질문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리하게 사업의 속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무용하다. 오영훈 도정 약 3년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뚜렷한 정책이 추진된 적도 없을뿐더러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는 보고도 없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며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만 키우는 것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개발의 지속가능성과 속도만 저해할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정책 방향이다. 기본에서 멀어질수록 정책은 쉽게 흔들리고 표류한다.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에 기반한 방향 설정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