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NJ, 협상에서 이행으로: 준비위원회 전망과 한국의 역할

2023년 6월 19일, 유엔은 약 20년에 걸친 논의 끝에 공해상 생물다양성 보호를 주요 목표로 하는 BBNJ 협정*을 채택하였다. 해당 협정의 공식 명칭은 Agreement under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on the Conservation and Sustainable Use of Marine Biological Diversity of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이며, 우리말로는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으로 번역된다. 본 협정은 공해에서의 인간 활동에 대해 환경영향평가(EIA)를 의무화하고, 해양보호구역(MPAs) 지정이 국제적 관점에서 결정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공해 거버넌스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최소 60개국의 비준이 필요한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 및 시민사회는 2025년 6월 프랑스에서 개최 예정인 유엔 해양 회의(UN Ocean Conference)까지 이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3월 19일 공식적으로 비준서를 기탁하였으며, 이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비준에 이어 동아시아 최초의 비준국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2025년 4월 기준,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이 비준을 완료하였다.

협정 발효 이후에는 제1차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가 개최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결정되지 않은 세부 사항들을 포함해 실질적 이행을 위한 핵심 의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부속 기구의 운영, 재정 제도 마련 등 협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핵심적 사안들이 다뤄질 예정으로, 이는 각국의 국익과 기술적, 정치적 입장에 따라 복잡한 논의가 수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협정 발효 이후의 논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총 3회의 준비위원회(Preparatory Commission) 개최를 결정하였다.

현재까지 UN 공개자료 등에 따르면, 준비위원회에서는 거버넌스, 재정, 정보공유체계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거버넌스 분야에서는 당사국 총회의 규정, 과학기술기구 구성, 타 국제기구와의 협력 방안 등이 다뤄지며, 재정 이슈에서는 협정 이행을 위한 재정 형성 기반 제도의 마련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정보공유체계 또한 협정 전반에서의 의무 이행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이에 대한 기술적, 절차적 논의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BBNJ 협정이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성안되었고, 조속한 이행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한다. 준비위원회와 제1차 당사국 총회는 협정 이행의 구조와 운영 원칙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일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역학 관계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협정 거버넌스 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제시되고 있다. 동아시아 최초의 비준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입장 표명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인근 국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협정의 이행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협정 고유의 목적이 충분히 반영되고 고려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기여와 리더십이 기대된다.

 

*BBNJ 협정의 논의는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해양유전자원(MGR: Marine Genetic Resources)
바다 생물로부터 기인한 유전 물질 중 (잠재적) 가치를 지닌 자원의 접근과 이용,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한 공유가 핵심 내용이다. 특히 투명한 채집 과정과 이익의 형평성 있는 분배 원칙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지역기반 관리수단(ABMTs: Area-Based Management Tools including Marine Protected Areas)
해양보호구역(MPAs)을 포함하여, 지리적으로 특정된 해역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공해에서도 보다 체계적으로 지정,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환경영향평가(EIA: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s)
공해에서의 환경영향평가가 보다 통일된 기준으로 이뤄지고 인간 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감소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역량강화 및 해양기술 이전(Capacity Building and Transfer of Marine Technology)
협정 이행과 해양 이용 형평성 강화를 위한 개도국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외에도 전 이슈에 걸친 교차 주제(cross-cutting issues)로서 협정 이행을 위한 부속기구 설립과 그 운영 방식 등이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