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완전한 ‘청정’은 없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기후해양연구실 김정도 연구실장
제주도가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 원천은 제주도가 운영 중인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시설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다. 이 바이오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하루 500㎏에서 2,500㎏까지 생산하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런 계획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2025년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 총사업비는 130억 원 규모로, 2026년 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제주도의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시설에서 생산한 바이오가스는 시설 운영에 재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바이오가스로 열과 전기를 생산해서 이를 자원화시설 운영에 사용하고, 운영비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더니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기와 열 생산은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대로 한다. 다만 생산되는 바이오가스가 운영에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발생한 것이 문제다. 그래서 청정수소를 생산해 잉여분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하루 생산되는 메탄 중 약 70%는 전기와 열 생산에 쓰이고, 나머지가 잉여로 남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남는 바이오가스로 하루 500㎏가량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개요다.
잉여로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용처를 찾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 용처가 수소를 생산해서 보급하는 일이라니, 언뜻 보면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실제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간 1,485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대부분의 언론도 제주도의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바이오가스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메탄이다. 음식물류 폐기물을 혐기성 분해(산소 없이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로 처리하면 메탄(CH₄)이 발생한다. 이 메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천연가스의 주성분과 동일한 물질로, 가정용 도시가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연소 과정에서는 당연히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연소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가까이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그래서 바이오가스로 메탄을 생산할 경우 이를 반드시 연소할 것으로 상정해 시설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의 자원화시설도 생산된 메탄을 연소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자체 에너지를 조달하는 계획을 수립했었다. 여기까지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매우 합리적인 방향이다.
어차피 호기성 분해(산소가 있는 상태에서의 미생물 분해)로 처리하더라도 이산화탄소는 배출되며, 그 양도 적지 않다. 사료나 비료를 만들더라도 수요는 한정적이라, 결과적으로는 상당량이 매립되기도 한다. 그러니 메탄을 생산해 연소하고, 그 에너지를 다시 시설 운영에 활용하는 시스템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었다.
이 시스템이 완벽해지려면, 메탄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잉여가스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잉여 메탄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정수소 생산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청정수소는 과연 얼마나 ‘청정’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수소법」에 따라 ‘청정수소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수소 1㎏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환산량(CO₂eq)이 4㎏ 이하일 경우 청정수소로 간주된다. 즉, 수소 1㎏을 생산하면서 4㎏ 이하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청정’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정이라는 말만 들으면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배출한다. 다만 기존 방식보다는 적게 배출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정수소 기준(4㎏ CO₂eq)은 유럽연합(3.38㎏), 일본(3.4㎏), 영국(2.4㎏)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수소 1㎏을 생산하기 위해 통상 약 1.99㎏의 메탄이 필요하다. 이 메탄을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방식이 바로 SMR(Steam Methane Reforming, 증기 메탄 개질) 방식이며, 이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소 생산 방식이다. SMR 방식의 대표 반응식은 CH₄ + 2H₂O → CO₂ + 4H₂로, 메탄 1몰당 이산화탄소 1몰이 발생한다. 이를 환산하면, 수소 1㎏ 생산 시 약 5.46㎏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여기에는 공정에 필요한 열과 전기, 압축 및 정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간접 에너지로 인한 탄소배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상용 플랜트에서 측정된 수치는 LCA(전 과정 평가) 기준으로 약 9~12㎏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 이 수치는 국내 청정수소 기준은 물론, 국제기준도 초과하게 만든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 SMR 방식으로 청정수소 기준(4㎏ CO₂eq)을 충족하기는 어렵다. CCS(탄소포집저장기술)와 결합하거나, 전기·열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그리고 CCS는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가 낮고, 전기와 열원을 100% 재생에너지로의 대체하는 것도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수소가 ‘청정’하다는 이름을 얻는다면, 이는 사실상 ‘조건부 청정’ 혹은 ‘정책적 청정’이라는 표현에 더 적합하다.
청정수소가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는 주장도 있다.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수소)는 아직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정 기간 화석연료나 이에 준하는 바이오연료 기반의 청정수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는 일면 동의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번 사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청정수소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바이오가스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접근으로 정책 방향이 오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제주도가 계획한 하루 최대 2,500㎏ 규모의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물류 폐기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제주도의 여러 용역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듯, 지금 제주도에 절실한 것은 음식물류 폐기물의 ‘자원화’ 확대가 아니라,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일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감량 노력 없이 ‘버려도 된다, 어차피 수소로 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제주도의 탄소중립 전략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렇듯 청정수소라는 단어가 마치 그린수소처럼 인식되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다. 청정수소가 그린수소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에도, 탄소감축의 상징처럼 보도되고 있다는 점은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청정’의 개념이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수소와 암모니아가 석탄발전소나 가스발전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이런 시도는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양동과 동복리에서 각각 추진중인 가스발전소는 수소를 혼소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에 수소 혼소가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탄소중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화석연료 산업의 연명을 돕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물론 잉여 메탄을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이번 사업이 긍정적인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청정’이라는 용어가 현실을 미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탄소중립의 기본은 자연을 보전해 더 심각한 악화를 방지하고,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술만능주의는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수소도 다 같은 수소가 아니다. ‘청정’이라는 수식어 하나로 모든 것이 면죄부를 받는 구조라면,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은 점점 멀어진다.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청정수소와 그린수소의 차이를 이해하고, 용어 속에 숨은 정책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제주도에 필요한 음식물류 폐기물 정책은 가스화가 아니라 저감이다.
※ 이 기고는 제주투데이에 실렸습니다. https://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7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