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환의 동반자? 바이오연료 다시 보기

녹색 전환의 동반자? 바이오연료 다시 보기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자원보전연구실 김혜린 실장

바이오연료는 흔히 ‘탄소중립 에너지’라고 불린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연소 과정에서 다시 배출하기 때문에, 이론상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료 재배부터 수확, 가공, 수송, 연소까지의 전과정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은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IPCC는 모든 바이오에너지가 반드시 탄소중립이 아니며, 오히려 정책 설계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EA 또한 곡물·식용유 기반 전통적 바이오연료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재평가와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 바이오연료 생산은 국산 재생자원이 아닌 수입 원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압도적 비중을 팜유계 원료가 차지하고 있다. 주로 팜올레인, 팜스테아린, 기타 팜유, 팜핵유 등이 주요 품목이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대두유도 수만 톤 단위로 수입되고 있다. 완제품 바이오디젤의 수입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팜 나무에서 수확된 팜 열매(Fresh Fruit Bunch, FFB) ©공익법센터 어필

이들 팜유 원료는 식용 등급이 아닌 산업용 정제 부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은 바이오항공유(SAF) 개발 과정에서 PFAD(팜 지방산 증류물)을 사용한 사실을 밝힌 바 있으며, 수입 통계에서 ‘기타 팜유’나 ‘분획물’ 항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바이오연료 생산에 팜유 부산물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팜유계 원료가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뿐 아니라, 최근 확대되는 항공·해운 바이오연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원료별 온실가스 감축 효과나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간접적 토지이용변화(ILUC) 기준을 적용해 고위험 원료인 팜유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할 예정이며, 미국은 전과정 평가(LCA)를 기반으로 바이오연료 원료별 온실가스 감축률을 정량화 하고 있다. 한국은 이와 같은 기준 없이 ‘재생에너지’라는 이름만으로 바이오연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연료 확대는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팜유 수요가 바이오에너지용으로까지 확대 되면서, 산림 파괴, 식량 가격 상승, 토지 분쟁, 지역사회와 토착민, 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 등 복합적인 사회·생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지 무엇을 태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탄소 감축을 위해 누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와 공익법센터 어필은 오는 10일 발표될 브리프 「녹색 허상, 붉은 현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의 지속가능성 평가와 개선 과제」를 통해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의 공급망 구조와 정책 리스크를 심층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